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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6# 이야기와 게임에 대해 3부 (라스트 오브 어스- 플레이편_반복과 변신)

호들갑 청년 2024. 4. 7. 18:22


라스트 오브 어스 플레이중 엘리가 찾은 만화책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인내하고 살아남았노라’

이 문장은 엘리와 조엘의 대화속에서도 반복되어 인용된다. 좀비를 쓰러트리지 못하면 죽고 다시 시작해 쓰러트릴때까지 반복해야 하는 구조의 한계를 가진 게임 세상속에서 캐릭터들과 플레이어를 위로하는 듯 느껴지는 문장이었다.  확실히 똥손인 나는 어려운 구간을 만나면 수없이 반복하곤 했는데 항상 같은 놈에게 죽는 경우가 많아서 인내가 상당히 필요했다.

적은 ai에 의해서 움직이기는 하지만 내가 같은 행동을 한다면 대응도 같기 때문에 인내심만 가진다면 익숙해진 적의 패턴을 읽어가며 상대하기는 가능한 일이었다. 바보같은 나의 행동에 느껴지는 자괴감을 감수할수 있다면 제작자는 다시할수있는 기회를 무한히 주며 항상 출구를 열어 놓았다. 그리고 흥미로운 이야기들.

이야기가 이상한 이야기였다면 나는 게임을 마칠수 있었을까? 조엘이 사실은 외계인이라서 엘리를 데리고 가려는 곳이 우주선 창륙장 이었다던지, 엘리는 로봇이여서 감염되지 않았던거고 도착한 병원에서 쫒겨난다면? 이런 이상한 이야기였어도 게임은 마칠수 있었을 것 같다. 단지 엔딩후 이 게임에 대해 더이상 생각하진 않았겠지만.  컷신이 어떤식으로 흘러가던 게임의 리듬감은 공간적 감각들과 적재적소에 배치된 적들. 적이 많거나 혹은 너무 적거나, 때로는 다른 속도로 변신하며 계속 플레이를 할수 있는 의미들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조율된 변화들은 는 게임속 룰에 맞춰진 반복 플레이속에서 성장하는 재미를 선사했다.

변신은 모든 재미의 근본이다. 코메디언들이 흔히 말하는 ‘재미의 기본은 반복이다’ 라고 하는것은 사실 변신의 토대를 쌓기 위한 기본작업이다. 이런 이유로 서양 문화의 큰 기둥이 된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룬 오비디우스의 책재목이 <변신 이야기> 인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변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것이 마음의 파고를 이끌까.

그렇다면 재미있는것 이란 간단하게 반복과 변신이라고 할수 있을까? 반복은 사격훈련이 만들고 변신은 다양한 상황이 만드니 이 게임은 재미있을수 있는 이유가 생긴 셈이다. 그럼에도 수많은 비슷한 게임들이 명작의 벽을 넘지못한 이유는 쉽게 잊혀졌기 때문인데 그것은 사람이란 다양한 감각을 가지고 있고 만족시켜주길 원하기 때문이다.  고급호텔에서는 별거아닌 라면도 그럴듯 느껴지는 것은 평소에 라면을 먹는 공간과 다른 공간에 있기 때문인데 여기에는 시각뿐 아니라 청각도 포함된 ‘분위기’라고 할수 있겠다.  

이 게임은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바벨>의 ost 에서 서글픈 느낌의 음악으로 성취를 이뤄낸 구스타보 산티올라 를 기용해 몰입효과를 높혔다. 시종일관 몸을 숙여서 적을 감지하고 사냥해야 하는 플레이를 낮은 음역대의 음악으로 경험을 도왔고, 플레이가 진행될수록 변하는 계절의 감각에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올려 변신하는 환경과 변신하는 감정을 몰입감 있게 플레이에 전달했다.

'인내하고 살아남았노라’
지독한 반복을 끝내고 살아남은 조엘과 엘리는 모두 변신해 있었다. 플레이어는 변신했을까? 나는 이 게임이 게임업계에 들어온 계기가 되었기 때문에 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