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물건으로는 타이머를 골랐다. 쿠팡에서 13000원 정도에 구매했다. 이 제품을 산 이유는 내가 매우 산만하기 때문이다. 기계의 가운데 하얀 꼭지를 돌리면 빨간 원이 시계방향으로 그려지면서 최대 한 시간을 지정할 수 있다. 꼭지에서 손을 떼자마자 시계와 같은 시간으로 카운트하며 빨간 원이 반시계 방향으로 줄어든다. 이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일을 하던 중 잠시 마가 낀 사이를 침투하여 핸드폰으로 향하는 손을 멈추게 한다. 아 저 빨간 시간 동안은 내가 일을 하기로 했구나. 그리고 저 빨간 원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 줄어들고 있으니 좀 참고 집중해 보아야겠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한다.
이 타이머에 구글 타이머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구글에서 회의를 할 때 이런 타이머 모델로 생산성을 극도로 높였다는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확실히 한정된 시간을 인지시키고 줄어드는 모습을 보게 하는 것은 사람을 긴장시켜 생산성을 높인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타이머를 켜놓고 쓰고 있다.
사이즈는 높이와 넓이가 손가락 하나 정도로 다음에 리뷰하게 될 브라운 시계와 이쁘게도 사이즈가 맞아서 나란히 두고 쓰고 있다. 제품의 마감도 뭐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편 같다. 책상에 올라온 이후 아무 탈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기 때문에 내구성에 대해서 할 말은 없다. 다만 알람 소리가 좀 크고 아름답지 않아 끄게 되어서 그 부분이 아쉽다. 알람소리는 보람차게 일을 하고 마무리로 얻게 되는 보상 같아야 되는데 명절날 장가가라는 잔소리처럼 느껴져서 혼란스럽기 이만저만이 아니다. 소리는 3초 지속되는지 60초 지속되는지를 뒷면에서 선택할 수 있다.
이 타이머가 없었을 때를 생각해 보자.
( 일을 한다-> 카톡 알림이 뜬다 -> 확인한다 -> 누군가 유머 링크를 보냈다 ->누른다 -> 링크를 타고 가서 감상한다 -> 다른 재밌던 게 생각난다 -> 검색한다 -> 검색하다 유튜브 쇼츠를 확인한다 -> 계속 스크롤한다-> 잘 시간이 된다 )
타이머를 구매한 후는 이렇게 되었다.
(일을 한다. -> 카톡 알림이 뜬다 ->확인한다 -누군가 유머 링크를 보냈다->타이머를 확인한다-> 다시 일을 한다 -> 링크 내용이 무엇일까 궁금하다 ->타이머를 본다-> 끝나고 봐야지 생각한다 ->일을 한다)
이 제품의 핵심은 영원할 것 같은 시간을 분절해서 한정된 시간에 최대의 성과를 내야 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는 것이다. 인간은 태어난 이상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다. 청춘도 일도 사랑도 오늘 하루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그 의지를 세우는 일 못지않게 실행하는 일도 중요하다. 생각은 번뜩이나 실행은 인고의 시간이다. 나는 수많은 인고의 시간을 버티지 못해 무너지기를 반복하여 이 제품을 구입하게 되었다. 구매 이후라고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무의미하게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많이 준 것 같아서 나의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세상에는 서글퍼질 정도로 관심을 끌만한 것들이 너무 많다. 하나 우리 모두 인생에 대해서 계획을 하고 해야 할 일들이 있지 않던가? 본인이 집중력이 떨어진다면 이 기계의 도움을 받아볼 만하다.
이 글이 첫 제품 리뷰인 만큼 어떻게 마무리 지을까 고민이 된다. 나는 영화 비평가들이 영화에 별점을 주는 행위를 고깝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는데 사람들과 소통하기엔 그만큼 빠르고 효과적인 소통도 없겠지 싶다. 그래서 나도 한 줄 평과 별점으로 이 제품의 리뷰를 마쳐보려 한다.
별점 4/5 눈으로 확인하는 영원하지 않았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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